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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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61
늘 여기가 아니면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론가 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 / 여행의 기술 중에서 여행이란 어쩌면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찾으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달과 6펜스 를 보니까 이런 대목이 있어요. 자기가 살아야 할 곳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싶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거라고.. 그곳이 어디가 될지 모르니까 아직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조바심 나도 상관없어요. 그마저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그에 맞춰 살고 싶진 않아요. 안정적으로는 살겠지만 색다른 경험의 기회를 놓치는 거잖아요. 무슨 일이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에요. 갖고 싶은 걸 다 정해놓고 갖지 못했을 때 실망하고 싶지 않아요...
2009.04.09 -
No.360
그런 날이 있어. 느려터진 저녁바람처럼 가장 낮은 속도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날 말이야. 그 바람 사이사이로 환청처럼 들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옛노래들. 그 가사가사에 박혀 있는 어떤 날의 바래진 기억들. 결국 나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내친김에 지는 노을까지 보고 가자고 내 자신에게 조르기도 하지. 그러고 보면 이 길로 나는 얼마나 다녔을까.. 누군가를 마중하기도 하고, 배웅하기도 했던 이 길에 혼자 서 있다고 생각하니 슬퍼져. 왜 그런지 슬퍼져. 나는 그런 슬픔을 아껴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거야. 그 슬픔 뒤엔 잘 생각해 보면 어느 한 사람이 있어.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돌아오지도 않을 그런 사람. 라디오의 엔딩곡이 흘러나와. 언제나 그렇듯 끝까지 듣지도 못하고 끝나 ..
2009.04.09 -
No.359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정하다. 오쿠다 히데오 / 걸 아름다움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는 과연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다. 목숨은 놔둔 채 아름다움만 죽이는 천연두에만 걸려도 그는 그 사람을 더는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미셸 우엘벡 / 어느 섬의 가능성 중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어쩐 일인지 보답을 받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
2009.04.09 -
No.358
“나는 열일곱 살. 미리 말해두는데, 난 공부를 못해.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보다 멋지고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해.” 나는 공부를 못해 / 야마다 에이미 토끼와 거북이를 육지에서 한 번만 경주를 시키고 토끼를 자만과 태만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거나 거북이를 근면과 겸손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면 안 된다. 바다에서 경주를 시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거의가 이런 모순을 간직하고 있다. 세상이 그대를 과소평가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그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주 유일의 존재다. ...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서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며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육은 죽어라 하고 '알았다'를 ..
2009.04.09 -
No.357
어째서 자신들의 고독과 아픔은 그토록 안쓰럽고 타인의 고독과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이외수 / 바보바보 가능하다면 평화롭고 온화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바라지 않던 무언가가 일어나고 짐이 하나씩 불어날 때마다 아무리 발버둥질 쳐도 그것을 마주하게 된다. 한순간 / 가와하라 렌 내안의 모든것이 서러웠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과거가 너무나도 초라해 불쌍해서 난 살기 싫었어 아침에 눈뜨기가 두려웠어 이유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어제처럼 오늘을 산다는게 난 숨이 막혀왔어 난 견딜수 없었어 어둠이 나를 위험한 벼랑끝에 몰고 가는데 알수 없는 빛은 나를 붙잡고 이러면 안된다고 소리쳤어 차라리 소리내 울고 싶은 만큼 울어버려.. 어차피 세상은 어느 누구나 다 혼자일뿐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없어 주위에 사람들..
2009.04.09 -
No.356
남자는 항상 '왜 그래?' 라고 묻고 여자는 항상 '이유 같은 건 없어요' 라고 대답한다 남자는 늘 논리를 묻고 여자는 그것이 감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와타나베 준이치 / 단편집 中 "이기적 인것 같지만 무조건적인 내편이 한명 쯤은 필요한것 같아요 잘했다. 못했다 를 따지기 전에 "괜찮다" 고 먼저 말해줄수있는 무조건 내편 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흔한 연인이 아닌 아주 클래식한 연인이요." "아주 클래식한 연인?"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보고, 서로 의지하고, 슬플 때는 노래를 불러주고,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가슴을 빌려주고, 가끔 오해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오해가 풀리면 활짝 웃으면서 꼭 껴안아주고, 같이 나이 들어가고, 누군가 따라오지 못하면 기다려주고, 마음 졸이지 않고, 지나..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