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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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 보겠다- 이외수 글 전문
당신이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안중근의사 윤봉길의사 김구선생 등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무리들에게 박수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니 친일파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매국노적인 발언에도 열광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무리들이 의외로 많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분들을 범죄자로 규정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족속들이 있다면 그들은 차라리 매국노에 가깝다 그들은 왜정시대가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역설한다 그들은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게 몸을 바쳤기 때문에 사죄하거나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금은..
2008.12.26 -
No.312
인생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일'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 모든 복잡한 세상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는 일' 일지도 모른다. 황경신 /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
2008.12.08 -
No.311
"난 종점이란 말이 좋아. 몇 년 전에 버스 종점 동네에서 산 적도 있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157번 종점에 살아요' 그렇게 대답했지." "종점? 막다른 곳까지 가보자, 이런거?" "아니, 그런것 보다는... 그냥 맘 편한 느낌. 막차 버스에서 졸아도 안심이 되고, 맘 놓고 있어도 정류장 놓칠 걱정없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그런 느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나 이마에다 선생님 좋아했는데. 좋아해도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그러게. 아마 앞으로도 그런 일이 많을꺼야." "누나는 안 서운해?" "서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많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잖니." "그래?" "응, 앞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봐." 빛의 제국/ 온다 리쿠 "늘 하는 ..
2008.12.08 -
No.310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잘 안되면 어떡해요. '좋아한다' 말할까 '사랑해요' 말할까 하다가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겨우 "사랑했으면 좋겠어" 였는데 그 말을 못 알아듣는 그 사람의 멍한 얼굴을 한동안 들여다보고 서 있어야 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요. FM음악도시 / 그남자 그여자 중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무렵 나는 분명 가슴을 두근거리면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일은 보나마나 눈이 빨갛게 돼서 일을 하겠지요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았나요? 츠지히토나리 / 편지 中 "백년이 걸려도 난 너를 데리러 올거야" 카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백년이 걸려도 난 기다려" 노리코도 웃었다. 카마타 토시오 / 29세의 크리스마스 "키스해도 돼요?" 저도 모르게 나온 속삭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건이 ..
2008.12.08 -
No.309
컴컴한 방이 있다. 거의 죽어 있는 방이다. 그런데 누군가 스위치 하나만 찰칵! 올려준다면 그 방은 거짓말처럼 살아난다. 환하게 빛난다. 사람의 가슴도 똑같다. 살다보면 우리를 찾아오는 무수한 절망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 바로 그 순간 빨리 '희망의 스위치'를 올리자. 찰칵! 최윤희 / 유쾌한 행복사전 중에서 당신 하루하루 열너덧시간 택시몰고 새벽에 들어오면서 몇만원씩 벌어오는 돈이 내게는 천금보다 소중하고 귀하답니다. 아침에 애들 학교보내면서 필요한 용돈 주는것 말고는 푼푼히 통장에 전부다 넣어버리지요.. 어느땐 통장에 넣을 새도 없이 다 나가버리기도 하지만 만원이든 이만원이든 꼬박꼬박 넣어서 모아지면 필요한 공과금 내고 애들 학비에 보험에 전화요금에.... 어느새 통장은 늘 바닥이 나있지요....
2008.12.08 -
No.308
모두 거짓말이었어 그리워 잠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눈물에 젖어 새벽마다 깨어났다는 이야기도 이제 다른 사람 사랑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이야기도 변치 않겠다는 약속까지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 가을때문이야 내 이성은 마비되었고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난 그저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러니 이제 나를 잊어줘 나 역시 우리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릴 테니까 2004 PAPER 10월 황경신 시동을 거는데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은 눈동자에, 바랜 듯 창백했던 얼굴, 아직 젊어서 붉었던 입술, 수줍게 미소 지을 때 한 쪽 뺨에만 패던 얇은 보조개... 나는 실은 그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잊기 위해서 아주 많은 날들을 잠 못 이..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