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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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8
그 남자하고 함께 다닌 곳 치고 아름답지 않은데가 있었던가.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사하며 탐닉하고 있는 건 추억이지 현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中 사랑은 어쩌면 후르츠 캔디인지도 모른다. 입 안에 물고 있으면 달콤하지만, 다 먹고 나면 허전한.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자꾸자꾸 먹으면 어찔어찔 쓰러질 지경이 되고 마는. 성급하게 우두둑 깨먹으면 달콤한은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입 안이 쓰리고 얼얼한... 허전하고 쓰러질 지경이어도, 쓰리고 얼얼하더라도 달콤함은 위..
2009.01.07 -
No.317
"사랑에 빠진다는 건 위험한 짓이지. 그건 마약과도 같아. 처음엔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돼. 여기까지는 아직 중독 상태라고 할 수 없어. 그 감정을 즐기는 정도지. 여전히 자신을 통제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야. 처음에는 이 분 동안 그 사람을 생각 하고, 세 시간 동안 잊고 있지. 하지만 차츰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 세 시간 생각하고 이 분 동안 잊는 거야. 곁에 없으면 마약 중독자처럼 불안해지지. 그래서 중독자들처럼 필요한 약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스스로를 굴욕감에 빠지게 만드는 행동을 하게 돼.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게 되는 거야."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
2009.01.07 -
No.316
"Love makes the time pass, time makes love pass." 사랑은 시간이 지나가게 하고, 시간은 사랑이 가버리게 한다. 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것보다 사랑을 해 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이 작가는 평생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말은 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번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 한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겠다고 고등어 / 공지영 한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2009.01.07 -
No.315
방금 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땐 그냥 무덤덤 하더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토록 설움이 북받치는 것이지. 코끼리를 찾아서 中 / 조경란 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Kaori Ekuni / 낙하하는 저녁 中 사랑은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랑보다 슬픈 사랑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영원..
2009.01.07 -
No.314
우연히 만났더라도 절대 아는척 하지마. 궁금해도 연락하지말고 술김에 전화 같은것도 하지마. 그게 이별한 사람에 대한 예의야. 그애 이름도 입에 올리지마. 마음속에서도 떠올리지마. 할수만 있다면 그애에 관한 모든 기억까지도 깡그리 잊어줘. 이름까지도... 애정의 조건 중에서 인정하면 집착이 없어진다.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될 수 없고, 그 물건이 내 물건이 될 수 없고, 그 돈이 내 돈이 될 수 없고, 그의 재능이 나의 재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그런데 인정하고 나니 한편으론 여유가 생겼지만 한편으론 미친듯이 슬퍼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 상실의 시대 中 "언니.. 내가 양씨를 잊을수 있을까?" "못잊지, 어떻게 잊냐? 잊는다는 건 어느날 그 사람이 나타났을때 어머! 누구세요? 아니면.. 그 사람 이..
2009.01.07 -
No.313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해지는 것 같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거든.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내가 잘못한 거라면 고쳐야겠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내가 잘못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싫어서 뭐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야. 박현욱 / 아내가 결혼했다 그가 그들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문득 자신이야말로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는 없다. 리처드 매드슨 / 나는 전설이다 어떻게 해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따로따로의 인생길을 걷게 되..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