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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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8
"고통은 왜 존재하는 거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희귀병 중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단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상처를 느끼지 못하는 거지. 뜨거운 불판에 손을 올려놓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가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깜짝 놀라는 거야. 이 무(無)고통 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中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무엇인지 아니? 그건 비난에 대하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또 그 비난을 의식하여 진정한 자기가 아닌 엉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 것이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中 / 앤디 앤드루스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
2008.09.29 -
No.277
도시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갖고 있다. 일견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한 껍질만 벗겨내면 거기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비정한 도시의 내면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연일 모랫바람이 불고, 그곳에서 연일 순결한 자들이 흘리는 피 냄새가 나고 그리고 그곳에선 연일 참담하게 말라죽은 우리들의 사랑이 시멘트로 된 휴지통에 버려지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도시는 이제 인간의 마을이 아니다. 우리들의 도시는 황야나 다름없다. 박범신 / 외등 모두들 똑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매일 부대끼는 사람들과 똑같은 대화를 나누고, 뭔자 자극적이고 놀랄 만한 일이 없어졌어요. 인생이란 지긋지긋한 재방속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모두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어요. 똑같은 인공 기억이 모두의 뇌 속에 주입된 거라..
2008.09.29 -
No.276
그래서 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거야. 현실을 본다는 건, 기대나 희망,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야. 이것처럼 어려운 게 또 어디 있겠어. 하지만 아무도 현실에 신경 쓰지 않아. 무라카미 류 / 공항에서 "이제까지 가장 아팠던 게 어떤 거야?" "나?" "응.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던 적 있어?" 아픔? 나는 한동안 생각한 다음에야 내 기억 속에 고통에 관한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흐르면 여러 가지가 정말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생각이 나지 않아." "하지만 아팠던 적은 많이 있었을 테지?" "그야, 그렇지. 오래 살다 보면 아픈 일도 그 나름대로 잊는 법이지." "나이 따위는 먹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 ..
2008.09.29 -
No.275
나는 아마도 그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웃는 얼굴이 정말 마음에 들어 라고 가볍게 농담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침대에서 사랑이나 나눌까 하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고, 맛보고, 사랑하고, 침대에서 나올 것이다. 그 때, 모든 것은 과거가 된다. 비틀린 시트, 침대에서 떨어진 베개, 떠다니는 사랑의 냄새, 안타까워하는 그의 눈동자, 나는 모든 것에 안녕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안녕, 당신이 좋아. 다시 사랑을 나누는 날까지 나는 모든 것을 잊으리라. 나는 당신을 진지하게 사랑했어, 그러니까 충분히 만족해. 그는 그런 나를 보면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고 있다. 나는 그의 몸과 약간의 마음과 있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
2008.09.29 -
No.274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꼭 행복해질 것 같다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마음속에 가지 않아야 할 이유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다시 보면 가야만 할 이유들이다 이유들은 저희들끼리 열렬하게 부딪치고 열렬하게 헤어진다 또다른 한 곳에서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마음이 자란다 정말이지 두고 보고 싶다, 그런데 그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말이지 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마음은 보잘 것 없이 시든다 결국 가야만 하는 구나, 체념한 나는 할 수 없이 간다 사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고야 만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왜 꼭 가야할 곳처럼 생긴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왜 그곳에 가면 행복해질 것 같은지 몇번씩 가보..
2008.09.29 -
No.273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반 혼수 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셨다.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내가 곁에 가서 어머니 하고 부르면 눈을 뜨고 내 쪽을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무언가 해드리면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한동안 어머니 하고 부르면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물끄러니 바라보기만 하는 날이 계속되었고, 다른 분이 병문안 와서도, 그분이 부르면 눈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 지거나 희미한 미소를 띠는 것이 인사인 것 같았다. 그상태가 지나고 이젠 아무리 불러도 눈을 감은채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 어머니... 나와 여동생이 이웃 병실 환자들에게 폐가 될정도로 계속 불러도 소용이 없었다. 슬픔과 허무함과 후회로 가슴이 막히는듯 했다. 간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여동생이 간호사에게 말했다..
2008.09.29